지난 주말에 아는 후배가 직장 잡는 걸 도와주기 위해 토일 이틀에 걸쳐 skype로 pair programming을 했었다.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해서 저녁 11시 30분에 끝나고, 일요일 오후 4시즈음에 시작해 저녁 8시 30분 정도에 끝났으니, 아주 빡세게 달린셈이다. 그랬더니 화요일 즈음에 몸이란 녀석이 나에게 넌지기 신호르 보내왔다. ‘어이, 좀 쉬면서 해. 너무 막 달리는 거아냐.’

sick in bed

덕분에 오늘은 집에서 쉬고 있다. 영국에 와서 여러가지를 배웠는데, 그 중에 한가지가 아프면 집에서 쉬는 거다. 지금 애들을 셋 키우고 있는데, 얘네들도 아프면 집에서 쉰다.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은 아플때 보내면 학교에서 전화가 온다. 애가 몸이 안좋고 열이 있으니 와서 데리고 가라고. 우리 어릴때 담임선생님은 아프다고 조퇴하겠다고 하면, 근성으로 버티라고 했는데… 쩝.

아침에 애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나니 아무래도 좀 쉬는게 좋을 것 같았다. 아프기 직전에 왜 그 경계선 있잖은가?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몸살이 날 것 같은 그 상태. 아무래도 오늘 안쉬면 나중에 2-3일 아플 것 같고, 오늘 쉬면 하루면 땜빵 가능할 듯 했다. 먼저 skype로 팀장에게 연락했다. 몸이 좀 힘들어서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팀장은 당연히 ok. 그리고 잘 쉬고 회복되어서 오랜다. 그 다음 내 매니저인 Toby. 일단 skype에 메세지를 남겼다. Toby는 아침에 요가 클래스를 듣기 때문에 출근이 좀 늦다. 10시 즈음에 Toby에게서 연락이 온다. 걱정말고 잘 쉬고 오라고. 그럼 연락도 다 됐으니 skype를 로그아웃 하고 침대에 누워 편하게 쉰다. 로그아웃 안하면, 다른 팀원들이 메세지를 올릴 때마다 전화기에서 삑삑 소리가 나서 신경쓰인다.

이곳에서 아플때 사람들의 생각은 이렇다. (물론 내가 경험한 IT 분야 및 일반 사무직 분야의 한도에서. 이곳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다소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일용직 청소부나 건설 노동자 분들)

  • 아프면 일에 집중이 안된다. 괜히 나와봤자 생산성 (Productivity)만 떨어지고, 피곤해 지니 병이 안나아서 더 오래 아프게 된다.
  • 감기 걸려 학교에 오거나 출근하면 바이러스를 다름 사람에게 옮겨서 다들 아프게 되니 결국 팀 전체에게 피해를 준다. 그러니 나을때까지 집에서 회복에 전념하라.
  • 아픈데 무슨 일을 하나? 아플땐 잘 쉬는게 회복의 지름길이다.

특히 예전 한국물이 떨 빠져서 아파도 나와서 출근하고 했을 때, 내 매니저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가 필요한 건, 건강한 ‘너’지, 아픈 ‘너’가 아니다. 가서 잘 쉬고 회복한 다음 출근해라”

그럼 이 동네에서 휴가는 어떻게 될까? 예전 KCC 정보통신 - 현대의 KCC 아님 - 의 영국법인에 일했을 때에는 일년에 1주일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건 불법이었다. 영국에서의 [법정 휴가]((https://www.gov.uk/holiday-entitlement-rights)는 법정 공휴일을 포함하여 최소 28일이다. 법정 공유일을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 휴가는 회사에 따라 최소 20일에서 많으면 30일이 넘어갈 수도 있다. 예전에 다녔던 Totaljobs에서는 휴가가 29일 이였다. 지금 있는 Huddle에서는 25일을 받고 있다. 한국에 비하면 휴가가 무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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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병가는 어떻게 될까? 법정 병가는 1년에 28일까지 가능하다 (출처). 물론 법정 요건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고 직장 별로 별도의 규정이 있다. Huddle의 경우 1년에 2달까지 월급을 받으면서 병가가 가능하다. 당연히 매니저 및 HR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정말 큰 병이 아니고는 2달까지 아픈 사람도 없고, 그냥 사소한 병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바득바득 출근해 봐야 알아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물론 몸이 아파도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날들이 있다. 몇 달씩 작업했던 프로젝트를 릴리스 (Release) 하는 날. 이런 날은 몸이 아파도 나가서 Stan-by 하곤 했었다. 그나마 이제는 SCRUM이 대세가 되면서 매달 릴리스를 하니, 릴리스가 자주 있기도 하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아픈날과 릴리스가 겹칠 때는,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집에서 VPN을 연결해 원격으로 작업했던 적이 몇 번있다.

조금 아플 때 쉴 수 있으니, 감기, 몸살 등의 가벼운 병으로는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지 않게 된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는, 내과, 이비인후과 등을 수시로 다니고, 감기 떨어지라고 약도 먹고는 했지만, 이곳에서는 훨씬 병원에 덜 가게 된다. 무료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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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 저녁이 있는 삶. 좋지 아니한가?


Andrew Chaa

another day, another PR